물리/펌글
물갤 펌글 - 공부하는 자세(?)
EkPark
2013. 8. 19. 00:35
그 당시에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태산이라 지금 쓰려는 글은 마치 그 당시에는 사치로 느껴져서 마음속에 새겨뒀던 내용이다.
아니, 돌이켜 보면 사치가 확실했다. 하지만 그때의 기분과 느낌을 지금 살면서도 스스로에게 당부해두어서 뼈에 새긴듯 잊지 않고 사는 탓에
기억하고 몇자 적어보겠다.
우선 첫째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제대로 읽고 제대로 파악하는 습관"이다.
공부를 하다보면 텍스트북이나 교재의 처음 부분에 소홀하고 대충 읽어서 저자가 전하려는 핵심을 놓치는 실수를 너무 자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간을 두고 어떤 내용을 공부하고도 정작 미팅이나 디스커션에서 발표할 때면 내가 무엇을 공부했고 무엇을 말하려는지 몰라
털리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그 내용을 보면서 수학적인 구조나 과정만이 전부라 생각하고 달려들어 어떻게 그 식이 유도되었으며 소개된 수학적 과정만을 쫓기 일쑤였다.
하지만 매번 말문이 막혀서 수모를 겪는 대부분의 경우는 그 수학적 과정을 보이기 전에 정말 근복적이며 기초가 되는 정의와 용어에서 부족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물매를 맞았던 일이 많았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 고민은 너무 단순하고 소홀하기 쉬운 문제다. 하지만 매번 지적을 받으면서도 이 버릇을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몸에 습관이 되어 버린 탓이겠다.
페이퍼나 책에서 저자가 처음에 초록, 소개에 적은 내용들은 그 전체를 에센셜하게 쓴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 부분을 읽을때 소홀한 이유는 다른 것도 많지만 용어들이 무엇인지 모르고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대충 엉터리로 읽어내려가기 때문이다.
선수 학습이 부족해서 이런일이 반복된다면 그 개념이나 용어를 더욱 자세히 찾아내어 의미를 바르게 익히도록 해야한다.
간혹 수학적인 구조에서도 자주 막히는 경험을 하는데 이도 앞서 소홀히한 개념때문이다. 제 멋대로 읽고 대충 의미를 파악을 하면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했지만 정작 무엇을 보고 무엇을 익혔는지 모르는 엉망진창 공부가 되고 만다.
항상 잊으면 안된다. 열심히 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답은 좋은 그리고 납득할 만한 결과만이 긍정적인 대답일 뿐이다. 결과가 없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안한것과 정확히 같다.
두번째는 "일이란 누가 시켜서 하는것이 아니다"
어떤 능력의 인간이 되는가는 본인이 하기 나름이고 얼마나 고생했는가에 달렸다. 스스로는 가르침을 받고 커가는거라고 착각했는데 사실은 능동적으로 스스로 읽고 쓰고 지우면서 고치면서 익히는 것이 공부인것 같다.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고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의 문제다.
예로 학부 시절 수리 물리 교수님의 수업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매 절이나 장 마다 연습 문제를 통째로 전부 숙제로 주시고 몇몇의 학생들만 착실하게 두 학기를 보낸 결과 오히려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문제 하나에도 밤잠 못 이루며 결국은 해결하는 연습들이 누군가가 주는 가르침보다 더 큰 보람이 있었다.
세번째는 "베끼는 습관이다"
정직함은 공부를 잘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어떤 포닥 선생님이 말씀하셨던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제대로 익히기"에서 처럼 한줄 한줄 읽고 책장을 넘기며 과연 스스로에게 거짓으로 익혔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물어볼 일이다. 대학원생들도 베끼는 경우가 많다. 본인 스스로의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몇날 며칠을 공부하고 있어서 익숙해진 것들이 본인이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오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네번째는 "시메트리"
일을 행함에 있어서 가지런하고 차분하게 접근하고 익히며 아는것과 모르는 것을 분류하고 범주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분류를 잘해서 차곡 차곡 익혀야지 오개념으로 여기 저기 잘못된 분류는 아무것도 안한 시간 낭비이다.
다섯번째는 "연결"
여러가지 내용을 보고나서 반드시 그 개념들을 서로 연결해서 유기적인 관계를 파악해야만 한다. 가령 수리물리의 학습에 있어서 이야기해보면 크게 선형대수, 시리즈, 특수함수, 복소수 그리고 미방들의 정리들이 마치 각각의 독립적인 주제를 보이는 듯 하지만 다른 표현으로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학습하면서 본인이 제대로 익힌바를 전부 연결하고 앞 뒤 관계를 잘 살피어 하나로 묶는 연습을 부단히 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학부생이 질문을 한 경우가 있었다. 질문 자체는 메시브하고 스핀-1인 보존이 임의의 방향으로 운동량을 갖고 있으면 폴라리제이션 벡터 0,+1,-1가 그런 형태여야만 하냐는 질문이었다. 물론 바로 헬리시티를 이용해서 고유값 문제를 풀면 나온다라고 답하면 좋았지만 나는 그 친구에게 구면좌표에서 r, theta, phi의 단위벡터를 묻고 r 단위 벡터에 수직한 성분은 결국 theta, phi 단위 벡터의 리니어 컴비네이션일 수 밖에 없지 않냐고 물었다. 결국 본인이 수리 물리에서 잘 익힌 부분이었지만 정작 새로운 부분을 배우면서 연결을 못하고 우왕좌와 하고 있으니 과거에 잘 익힌건지 안한건지 알수 없는 노릇이었다.
마지막은 "잊지 않는 공부"이다.
언제부터인가 전자책을 쟁여두는 버릇이 있었는데 나중에 전부 삭제해 버렸다. 공부는 익히는 것이지 수집이나 수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아두는 습관은 언젠가는 봐야지라는 기별없는 다짐 탓이다. 사실 저렇게 모아둔 책들은 보고 익히지 않는다. 머리속에 넣는 것이 두려워서 갖고만 있을 뿐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어째야 하는것 처럼 "제대로 익히고 다음에 또 보지 않겠다"라는 각오로 익혀야지 시간이 지나고 잊어버려서 다시 찾아보고 또 잊고, 이런 형편없이 비효율적인 공부는 누가 생각해봐도 한심하고 스스로 질려 나자빠지기 일쑤이다.
그렇다면 잊지 않는 공부란 어떻게 하는것인가
즐겁게 익히고 앞서 언급한 하나로 연결하고 직접 손으로 전부 끄집어 내봐야만 손이 아는 공부, 흔히들 손맛이라고 하는 것을 통해 몸이 먼저 알도록 노력해야한다. 공부란 정직하다. 보고 듣고 느낀건 항상 할 수 있고 제대로 아는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고 잊어버리거나 다시 찾아봐야 한다면 공부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잊어버리는 공부란 잃어버린 공부와 같다. |